2023학년도 법학적성시험 응시 후기

 2023년 법학적성시험 반성을 위주로


1. Leet 응시 이유


 회사 생활 5년 차에 접어들면서 전문직에 대한 동경이 깊어졌다. 그들의 여유와 급여가 부러웠다. 감정평가사, 회계사, 노무사 등을 알아보며 높은 기회비용에 좌절하고 있다가 세무사를 하는 친구가 정말 생각이 있다면 무조건 leet를 쳐보라고 추천했다. 로스쿨의 등장으로 변호사의 경쟁력이 줄었다고 하지만, 아직은 건재하고 타 전문직에 비해 1차 시험에 대한 리스크가 적기에 해볼 만하다고 설득했다. 결국 응시료 25만 원을 결제하고 22년 7월 24일 한양공고로 leet를 치러 갔다.

2. 시험 체감


 먼저 준비에 관해서 언급하면, 바쁘다는 핑계로 09. 10. 18 3년도의 기출문제만 풀어보고 갔다. 흔히 말하는 집리트 형식으로 시간을 정해 풀었는데 나름 110점에서 120점대의 점수가 나와 편안한 마음으로 간 것 같다. 하지만 실전에서 마주친 시험은 만만치 않았고, 올해는 원서를 낼 만한 점수가 나오지 않을 것 같다.

 먼저 1교시에 치러진 언어다. 항상 언어는 자신 있었다. Psat, ncs, 수능 등 언어가 있는 시험에서 언어는 항상 든든한 내 편 이었다. Leet도 그런 편이라고 볼 수는 있지만 강력한 내 편은 아니었다. 가채점 결과 평균에 상회하는 점수로 그냥 그저 그런 실력을 보였다. 항상 정확히 읽고 못 푼 문제를 찍더라도 푼 문제는 다 맞자는 마인드로 임했는데, 이번 시험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기존의 언어 시험과 달리 대응하는 수준이 아닌 해석하고 추론해야 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이어서 2교시 추리논증. 이번 학년도에는 수수께끼 같은 문제의 난도가 매우 낮았다. 덕분에 체감 난이도는 쉬웠으나 정확히 풀었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많이 틀려 실망했다. 변명해보자면 오랜만에 본 시험 유형에 예열이 덜 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으나 냉정히 말하면 실력이 부족했다. 가채점 시 정확히 반을 맞았다. 꽤 심각한 상태라고 생각되며 귀가 후 모든 문제에 대해 해설지 수준의 정확한 리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3교시 논술은 따로 준비하지 않았음에도 작성에 어려움은 없었다. 대부분 로스쿨에서 p/f 전형을 적용한다고 하니 문제에 제시된 내용을 준수하고 글자 수를 잘 맞추고 논리적으로 크게 어긋나지 않았으면 상관없는 것 같다. 원고지 사용법이나 맞춤법, 글씨체를 다듬을 수 있다면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3. 반성

 
 첫째로 시험을 얕보고 진심으로 대하지 않았다. 고사장에 도착해서 많은 수험생이 시험에 진심으로 응하는 모습을 보았다. 수능 이후로 처음 느낀 고사장의 공기였다. 수능에서나 보던 초콜릿을 사 들고 온 수험생들, 화장기 없는 얼굴로 진지하게 임하는 학생들, 이어플러그를 지참해 최대한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고 싶은 수험생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 시험의 비장함이었다. 여타 입사 시험의 무게감에 비교할 수 없었고, 아무 생각 없이 온 나에게 실망했고 반성해야 함을 느꼈다.

 둘째로 집리트를 제대로 통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수능을 대비할 때는 시험 시간에 맞춰 09시에 언어 관련 문제를 풀었고, 수리 시간에 맞춰 수학 문제를 풀었다. 하물며 토익을 봐도 오전 시험일 경우 해당 시간에 일어나 lc 문제를 풀었고, 고사장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이어폰 대신 스피커를 사용했다. 하지만 그보다 어려운 시험인 leet를 준비하면서 엄격하게 통제하지 않았다. 바쁘다는 핑계로 틀린 문제 리뷰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스스로 너그럽게 문제를 풀었다. 물론 직장생활과 병행하는 준비가 어렵긴 하지만, 그러니 더욱 엄격하게 해야 했었다. 적은 준비 시간 동안 최대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제대로 통제해야 함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절박함이 없었다. 전문직을 동경하지만 현 상황에 대해 큰 불만족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25만 원의 시험비가 크게 부담스럽지도 않았다. 흔히 말하는 허수 마인드를 가졌다. 철저하게 반성하고 절박하게 시험에 임해야 함을 느꼈다.

4. 마무리



 이 포스팅을 쓴 이유는 오늘 느낀 충격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그동안 본 시험 중 가장 처절하게 망쳤다. 항상 시험 보는 루틴대로 했고, 긴장도 없었다. 그저 시험을 얕봄, 실력 부족, 절박함 없음 딱 이 세 가지로 정리된다. 다음 시험 대비 전까지 절박함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재응시는 없을 것 같다. 만약 개선 되어 절박함이 생긴다면 좀 더 철저하고 엄격하게 한 번 더 시험을 보고 싶다. 

 안 좋은 일, 부끄러운 일은 빠르게 잊는 성격이기에 이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다. 마음이 흐트러질 때마다 이 글을 보며 오늘의 반성을 떠올리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더하자면 혹시 나와 비슷한 상황의 수험생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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